기아자동차가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줄이기로 하면서 1·2차 협력사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기아차의 잔업과 특근이 줄어 차량 생산량이 조정되면 그만큼 납품 물량도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여파로 이미 공급물량 줄어든 상황에서 1·2차 협력사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22일 기아차에 따르면 중국 판매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조정이 불가피하고, 통상임금 소송으로 특근·잔업시 수익성 확보가 힘들다고 판단해 25일부터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중단되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총 30분이다. 근무시간은 기존 1조 7시∼오후 3시50분, 2조 오후 3시50분∼밤 0시 50분에서 1조 오전7시∼오후 3시40분, 2조 오후 3시50분∼밤 0시 30분으로 변경됐다. 이번 잔업 중단 결정으로 기아차의 생산량은 연간 4만1000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연간 약 150만 대에서 3% 수준이다.
잔업과 특근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 인기차종의 경우 고객 인도 기간이 늘어나 차량을 주문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아차의 결정에 특히 힘이 빠지는 것은 협력사들이다. 특히, 2차 협력사들은 공급 물량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영 악화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북 지역의 2차 협력사 관계자는 “올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순환휴직을 실시하거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통상임금 문제로 기아차가 추가로 생산량을 줄이면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2차 협력사의 경우 이미 10월에 공급해야 하는 물량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통상임금으로 인한 기아차의 추가 생산량 감소가 이뤄지면 공장 가동을 부분적으로라도 멈춰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2차 협력사 근로자들 역시 실질 임금 감소 도미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 관계자는 “올해 사드로 인한 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이미 잔업이나 특근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기아차가 근로자들 조차 받지 못할 잔업·특근비를 2차 협력사 근로자들이 기대나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협력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진출한 기아차의 1차 협력사 관계자는 “판매 급감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며 “주재원이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 부품사의 경우 경영 악화로 직원에게 줘야할 월급 지급이 미뤄진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업체는 직원들의 임금도 10% 가량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단순히 해당기업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협력사와 소비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당국도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해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