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MSCI신흥시장지수가 올 들어 29% 상승해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중국의 알리바바그룹과 텐센트 등 IT 업체들이 MSCI 종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기록적인 장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 IT 업종의 올해 상승폭은 54%로, 전체 지수 상승폭의 두 배에 육박했다.
WSJ는 수년 전만 해도 은행과 유틸리티, 원자재 업종이 MSCI신흥시장지수를 지배했으나 최근에는 그 견인차 역할이 IT로 전환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MSCI신흥시장지수가 출범한 1995년에는 이 지수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그 비중이 약 27%로, 미국 S&P500지수의 24%를 웃돌고 있다는 것. 슈로더의 니콜라스 필드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시장은 산업화와 도로 건설로 상징되는 첫 번째 성장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증시 투자가 점점 더 선진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에서 나타난 트렌드를 신흥국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술주 랠리가 펼쳐지는 가운데 좀 더 저렴하게 IT주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신흥국 증시를 이용하고 있다. MSCI에 따르면 신흥시장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대략 20.4배로, 미국의 24.5배보다 다소 저평가됐다.
니코자산운용 미국법인의 존 발리 수석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신흥국 기술주 강세를 이끄는 것은 실적 개선”이라며 “많은 신흥국이 인터넷 경제로 나아가고 있고 심지어 서구권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어 IT 기업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런오퍼튜니티펀드의 마이클 리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알파벳과 아마존닷컴은 물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관련된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다”며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등은 막대한 사용자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활용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신흥국 기술주 랠리에 경계심을 보였다. 아이콘이머징마켓펀드는 최근 알리바바와 텐센트 주식 보유규모를 축소했다. 이 펀드의 롭 영 매니저는 “이들 기업은 실적 성장세에 매우 민감하다”며 “성장세가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주가에 막대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HSBC의 벤 레이들러 글로벌 증시 투자전략가는 “신흥국 IT 기업들의 자국 경제와 동반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IT 기업 매출의 71%가 자국에서 나온다”며 “이에 여전히 이들 IT주에 베팅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 IT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