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옛 소액주주들이 낸 합병 무효소송 1심 결론이 다음 달 19일 나온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유죄 선고로 소액주주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합병을 무효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부장판사)는 18일 옛 삼성물산 소액주주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다음 달 19일 오후
2시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일성신약 측은 상법을 근거로 지난해 2월 합병 무효소송을 냈다. 상법 529조는 회사 주주와 이사, 감사, 청산인, 파산관재인 등이 합병 6개월 안에 합병 무효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무효 사유는 △합병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때 △채권보호절차를 하지 않았을 때 △ 필요한 종류주주총회 승인을 받지 않았을 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합병했을 때 △합병승인 결의에 무효·취소 원인이 있을 때 등이다.
특히 합병 무효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은 '합병비율'이 공정한지다. 대법원은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합병할 회사 주주 등은 합병 무효소송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2008년 "합병비율이 합병할 회사 일방에게 불리하게 정해진 경우 그 회사 주주가 합병 후 실질적으로 주식 일부를 잃는다"라며 "이는 신의성실 원칙이나 공평 원칙 등에 비춰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고,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이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합병 무효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조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이번 소송 역시 합병 당시 비율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결론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일성신약 측은 그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합병 비율이 옛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논리다. 또 국민연금공단 찬성 결의로 합병비율이 왜곡됐다는 주장도 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법무·회계법인 검토를 받아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1심 판결문 등을 토대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 일환이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별 현안을 삼성 측이 청탁하지 않았다고 보고, 합병 비율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소액주주 측에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과 합병 부당성 등을 따지는 민사재판은 별개"라고도 지적했다.
만약 재판부가 일성신약 측 손을 들어주면 삼성물산 합병은 없던 일이 된다. 다만 판결 효력은 앞으로 있을 일에만 미친다. 합병 뒤 삼성물산이 한 계약 등은 모두 그대로라는 뜻이다. 삼성물산이 진 빚은 해산 회사가 함께 갚아야 한다. 합병 뒤 취득한 재산은 공유한다. 일성신약 측은 앞으로 진행할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일성신약 측이 소송에서 지면 삼성물산이 '악의와 중과실'을 이유로 민사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