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 재점화… 셈법 복잡해진 SKT(통신사)·삼성(제조사)

입력 2017-09-18 14:56 수정 2017-09-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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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ㆍ제조사마다 입장 달라...유통업계는 결사 반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이동통신사, 제조사, 유통매장 등 관련 업계가 부지런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통신서비스와 단말기(휴대폰)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30년간 고착화된 국내 통신 서비스 시장을 뿌리채 바꿀만큼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를 서두르고 있다. 전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동통신 사업자 및 이동통신 사업자의 특수관계인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공급을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과 관련한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서비스ㆍ휴대폰 판매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 발의= 정치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화면서 관련 업계가 실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 유통점 등 관련 산업 전반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직접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특정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 단말기와 요금제를 함께 선택해 가입했던 기존 제도와 달리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는 대리점과 통신서비스를 판매하는 이통사로 분리된다. 통신사가 휴대전화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며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쏠리는 관행을 개선해 요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판매점에 한해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취급할 수 있게 허용했다. 또 영세한 판매점이 단말기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단말 공급업자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한 뒤 판매점에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SKT 자급제 찬성? 신중론 가닥… KTㆍLGU+ 고심= 통신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SK텔레콤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시장이 원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박 사장의 발언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수용하겠다는 표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찬성과 반대를 섣부르게 말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까지 해당 제도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들은 보조금 대신 요금제와 상품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신 시장에서 가입자는 보조금 액수에 따라 통신사를 결정한다.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선 이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 가입자를 빼앗 올 중요한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즉, 현재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가입자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쟁사들은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KT와 LG유플러스는 내부적으로 자급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SK텔레콤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급제 시행으로 인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유통망을 잃게 된다.

삼성 “우려스럽다” 반대… LG는 오히려 ‘기회’== 골치가 아프기는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심사숙고' 하고 있다던 삼성전자는 최근 자급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김진해 전무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어서 단말기 가격을 한국시장만 높히거나 낮추기 어렵다"며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갈 것으로 시장에서 기대하는데 거기에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적인 시장이 붕괴해 유통쪽 종사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 등 유통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조금 다른 입장이다. 브랜드 파워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급제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내세운다면 새로운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매장은 결사 반대다. 그동안 국내 휴대폰 유통의 90% 이상을 담당해왔는데 단말기 구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을 따로 하게 되면 자신들의 역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자급제가 시행되면 생존권 문제에 직면한다"며 "2만여개의 판매점들이 모두 줄도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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