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저러스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약 4억 달러(약 4518억 원)의 채무를 재조정하고자 최근 로펌을 고용했다. 7일 CNBC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법률회사인 커클랜드&엘리스를 고용해 채무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로펌 고용이 반드시 파산보호 신청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파산보호 신청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토이저러스의 에이미 본 월터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이미 밝혔듯이 내년 부채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평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1948년 문을 연 토이저러스는 매장 대부분을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와 나란히 세우는 시너지 마케팅을 펼치며 세계적인 장난감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무너진 토이저러스의 재무체질을 되돌리긴 쉽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인 2005년, 토이저러스는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와 베인캐피탈, 미국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보네이도리얼티트러스트에 66억 달러에 팔렸다. 2010년 이들 기업은 토이저러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구조조정을 한 뒤 토이저러스를 재상장시킬 계획이었으나 금융위기에 따른 매출 부진을 씻기는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의 부상도 토이저러스의 회복을 가로막았다. 전통적인 완구업체들은 아마존 같은 유통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토이저러스는 막대한 부채 때문에 그 부담이 더 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성장으로 위협을 느낀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잇따라 가격 할인에 나섰고, 이 역시 토이저러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토이저러스는 아마존, 월마트, 타깃 같은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계속 빼앗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토이저러스의 신용 등급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단계를 뜻하는 ‘CCC’”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29일 기준으로 토이저러스가 보유한 현금은 3억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내년 만기일까지 갚아야 하는 채무는 4억 달러이기에 이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심지어 토이저러스는 지난 1분기 1억6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토이저러스는 지난 4년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세계적인 블록 장난감 업체 레고가 13년 만에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며 14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레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레고의 조르겐 빅 크누드스톱 회장은 “도랑에 빠진 차를 꺼내서 다시 속력을 내야 할 때”라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토이저러스의 파산 위기는 레고에도 경종을 울린다. 어린이들의 손에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이 쥐어지기 시작하면서 업계가 직면한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장난감 소매업체인 ‘매리 아놀드 토이즈(Mary Arnold Toys)’의 대표는 “분명한 점은 디지털 요소가 가미된 장난감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레고의 경쟁업체인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레고와 마텔은 정보·기술(IT)에 정통한 인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해 부진을 털어내고자 한다. 레고는 다음 달 1일부터 닐스 크리스티얀센이 CEO직을 맡는다. 전기모터 제조사인 댄포스에서 9년간 재직한 그는 댄포스의 디지털화에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마텔은 지난 1월 구글 출신 마거릿 조지아디스를 영입했다. 전문가들은 마텔이 조지아디스를 CEO로 선임한 것은 가상현실(VR)과 인터넷을 접목한 라인업 확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