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장난감 업체 레고가 실적 부진 여파로 1400명 감원을 결정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고가 13년 만에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며 조직 슬림화를 위해 14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덴마크 본사 직원의 감원 규모는 500~600명이 될 예정이다. 조르겐 빅 크누드스톱 회장은 “도랑에 빠진 차를 꺼내서 다시 속력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작년 말까지 CEO로 재임했던 크누드스톱 회장은 “현재 조직은 우리가 가진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기 어려운 정도로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레고의 매출 감소는 전통적인 완구업체로서 겪는 부진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로 놀이 대상을 바꾼 탓이다. 완구업체들이 장난감을 현대화하는 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레고도 기존 블록 장난감에 모터와 센서를 탑재한 ‘레고 부스트’를 내놓는 등 장난감을 현대화하려 노력했다. 레고 부스트는 ‘안드로이드’나 ‘iOS’ 등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용 앱과 연동돼 움직임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완구업체가 겪는 숙명을 레고도 피해갈 수 없었다. 13년 만의 매출 감소가 이를 증명한다. 레고의 경쟁업체인 마텔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레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3억8000만 달러로 마텔이 같은 기간 기록한 17억7000만 달러는 넘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장난감 소매업체인 ‘매리 아놀드 토이즈(Mary Arnold Toys)’의 대표는 전통적인 완구 업체가 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리 아놀드 토이즈의 주디 이샤닉 대표는 “아이들은 여전히 책을 읽고, 레고를 조립한다”며 전통적인 놀잇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분명한 점은 디지털 요소가 가미된 장난감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레고는 기술 부분에 정통한 닐스 크리스티얀센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그는 덴마크의 전기모터 제조사인 댄포스의 CEO 출신으로 댄포스에서 9년간 재직하며 디지털화에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크리스티얀센은 오는 10월 1일부터 레고 CEO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