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91. 문명왕후(文明王后)

입력 2017-09-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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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추와 결혼한 김유신의 막내 누이

문명왕후(文明王后)는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재위 654∼661)의 왕비이다. 문명왕후의 아버지는 각간 김서현(金舒玄), 어머니는 만명부인(萬明夫人)이다. 김유신의 막내 누이이다. 문명왕후는 후에 신라 제30대 문무왕(文武王·재위 661∼681)으로 즉위하는 법민(法敏), 각간 인문(仁問), 각간 문왕(文王), 각간 노차(老且), 각간 지경(智鏡), 각간 개원(愷元) 등을 낳았다. 어렸을 때 이름은 아지(阿之), 커서는 문희(文姬)로 불렸다. ‘삼국유사’ 왕력(王歷)편에서는 훈제부인(訓帝夫人)이고, 시호가 문명왕후라고 하였다.

문희가 김춘추와 혼인한 일화는 매우 극적이고 상세하다. 김유신에게는 누이가 둘 있었다. 보희와 문희가 그들이다. 어느 날 보희가 서악(西岳·지금의 선도산)에 올라가서 오줌을 누었는데, 그것이 경주 시내에 가득 차는 꿈을 꾸었다. 문희는 꿈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는 언니에게 비단치마를 주고 꿈을 샀다. 꿈을 산 지 10일 후 김유신이 김춘추를 집으로 데려왔다. 김유신이 그의 집 앞에서 공을 차다가 김춘추의 옷자락을 밟아 옷고름을 떼어버렸다는 것이다.

김유신은 큰누이 보희를 불러 옷고름을 꿰매어 드리라고 하였다. 보희는 어찌 감히 그런 일로 귀공자에게 가까이 가겠느냐며 사양하였다. 그래서 문희가 김춘추의 옷을 꿰매러 들어갔는데, 김춘추는 이내 김유신의 뜻을 알아채었다. 문희 역시 오라버니의 뜻을 알았을 것이다. 이날이 인연이 되어 왕래가 빈번해졌고, 결국 문희는 김춘추의 아이를 배게 되었다.

김유신은 문희가 임신한 사실을 소문내고 선덕여왕이 남산에 놀러가는 날을 기다렸다. 그날이 되자 김유신은 남편도 없이 몰래 임신한 누이를 불태워 죽이겠다며 뜰에 불을 질렀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선덕여왕이 연기를 보고 사정을 물었고, 김유신의 누이 문희가 김춘추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김춘추와 문희는 선덕여왕의 허락 하에 공식적으로 혼례를 치를 수 있었다.

문희와 김춘추의 혼인은 만남과 혼례의 과정 자체가 김유신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희 역시 이미 언니의 꿈을 살 만큼 큰 꿈을 지닌 인물이었다. 문희는 김유신의 의도를 알았고 김춘추와 혼인하기까지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던 것이다. 삼국통일의 꿈은 김춘추와 김유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문희 역시 그들과 함께 천하의 꿈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희는 김춘추와 김유신의 결합의 연결고리였다. 문희를 접점으로 양자의 유대관계는 공고하였다. 이들의 연대는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 당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결국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 강력한 동력이었다. 그리고 김춘추는 진골귀족으로서 처음으로 왕위에 올랐다. 문희 역시 가야계 귀족으로서 처음으로 왕비가 되었다. 문희는 신라 중대의 첫 번째 왕후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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