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패소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당장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최대 38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31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에서 원고인 노조 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 회사 측이 주장한 ‘신의성실의원칙(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노조 측이 통상임금으로 주장한 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가운데 일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노조 청구금액 1조926억 원(원금 6588억 원, 이자 4338억 원) 중 39%에 해당하는 4223억 원(원금 3126억 원, 지연이자 1097억 원)이 통상임금 추가비용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08~2011년 인정분에 그 이후부터 현시점까지의 추가분을 더해 약 1조 원(1인당 36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아차는 3분기부터 전자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기아차의 상황도 우려스럽지만 이번 판결이 다른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더 큰 문제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신의칙’에 있어서까지 노조의 편을 들어주면서 관련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이후 관련 소송이 급격하게 늘어 현재 115개 사업장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산업계에서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가 최소 20조 원, 최대 38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통상임금 판결이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 10월에 재개되는 현대차의 임금협상에도 이번 판결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태가 동일한 현대차와 기아차 사이에도 결과가 극명하게 갈릴 정도로 기업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만약 노사 간 대승적 합의가 없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내년에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기 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이중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중견 부품 업체와 임금 격차가 더 커져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가 심화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