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인세율 15%로”…세계 감세 경쟁 불지피나

입력 2017-09-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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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년 만의 역사적 세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이 법인세 인하에 본격 나서면서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세제 개혁안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계획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므누신 장관이 구체적 계획안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미 구체적인 세제개혁안 내용을 상·하원 의원들에게 설명했으며 대중에는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대통령의 서명은 연내 이뤄질 것이며 우리가 이룬 진전에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주리 주 스프링필드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행 35%인 연방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 움직임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권 이후 약 30년 만이다. 그 사이 선진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45%에서 24%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미국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트럼프가 원하는 인하폭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연방법인세율을 20%대 초반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연방정부의 부담을 줄이려고 추진됐던 국경 조정세가 지난 7월 미국 안팎의 거센 비난으로 백지화되면서 대체 재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법인세율 15%가 달성이 어려워도 일단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 정책이 실현되면 주요국의 감세 경쟁도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 성장에 필요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전 세계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7년 평균 27%에서 올해 24%로 떨어진 상태다. 유럽연합(EU) 법인세율 역시 지난 10년 사이 24%에서 22%로 하락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추가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법인세 부담이 큰 벨기에도 지난 7월 말 법인세율을 현행 33.99%에서 내년에 29%로 인하하기로 했다. 2020년에는 25%까지 내릴 계획이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52%에 달했던 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지난해 20%까지 끌어내렸고, 지난 4월 19%로 소폭 인하했다. 특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으로 인한 기업들의 이탈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영국 법인세율은 매년 1% 포인트씩 떨어져 17%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브렉시트로 인해 런던을 떠나려는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는 물론 각종 세제 혜택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25%까지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4선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고자 법인세 인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세율을 인상하는 대신 기업의 설비투자와 임금 인상을 유도하려고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했다. 재정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고 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준다는 비판에 2차 소비세율 인상을 2019년으로 미룬 상태이지만 법인세율은 거듭 낮춰왔다. 일본은 최고세율을 2000년대 이후 30%에서 유지해 오다 2013년 28.05%로 인하했다. 2015년 23.9%로 낮췄던 법인세율을 지난해에도 23.4%로 소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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