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보다 금융이자가 2배 많은 금호타이어
23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기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0.7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전 분기에는 -1.0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은 1을 밑돌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이자비용보다 적다는 뜻이다.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올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 이자보상배율 뿐 아니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분자로 둬도 해당 수치가 1을 밑돌았다. 이 회사의 EBITDA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올해 1분기 0.9, 2분기 1.0을 각각 기록했다.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0.9다.
EBITDA에는 영업이익에 포함되지 않는 유·무형 자산의 상각비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기업이 실제 창출하는 현금흐름 지표로 사용된다. EBITDA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것은 금호타이어가 은행 차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장 금호타이어는 은행 당좌대월에서 운영자금을 충당해 쓰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당좌대월을 통해 겨우 직원 월급과 협력사 대금을 지급하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당좌대월 한도는 800억 원 가량 남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해당 금액으로 운영자금 부족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는 천연·합성고무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이보다 높은 원가율 구조와 매각 지연이 결정적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은 81.3%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경쟁사인 한국타이어 65.0%, 넥센타이어 68.8%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매출원가율이 높을수록 수익성은 낮아진다. 매출원가율이 높은 금호타이어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지 않으면 향후 실적 개선이 더디거나 어려울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원가율이 높은 배경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다른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이를 도와준 기업들에 높은 원가를 제공하는 식의 보상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중국공장 생산량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원료가 비싼 한국산 구매가 많아져 원가율이 다른 회사 대비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적자전환 가능성 높은 금호타이어 적정가격 오리무중
상황이 이렇자 과연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 인하 요구가 이번이 끝이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은 등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이번주 새 주식매매 계약서를 확정한다. 더블스타는 앞서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급락하자 인수 가격을 기존 955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이를 반영한 새 계약서에 양사가 합의하는 대전제는 현 경영진의 신뢰성이다. 하지만 더블스타 측에서는 인수가 지연될수록 재무제표 악화가 지속되고 잠재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가격 인하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이 살아난 박 회장이 이에 대한 행사를 준비하면 최종 인수자 판가름은 올해 말이나 되야 나올 전망이다. 그동안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곤두박질을 거듭하면 더블스타 측에서 우발채무 보상을 통한 사실상의 추가 가격 인하, 또는 계약 파기까지 고려할 수 있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박 회장이 인수가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하반기에 실적이 더욱 안 좋아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런 여러 변수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면 초기에 박 회장과의 관계에서 강경 일변도로 나선 산은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산은의 상표권료 협상 등에서 박 회장과 충돌하며 매각을 지연시켰다.
IB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강한 것은 맞지만, 박 회장과 산은 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더블스타가 더 싼 가격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기회로 볼 지, 아니면 결국 손을 터는 것으로 판단할 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