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180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 유틸리티회사 온코(Oncor) 인수가 ‘헤지펀드 대부’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의 태클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거의 다된 버핏의 매입 거래에 싱어가 태클 걸고 나서면서 억만장자 투자자들의 ‘쩐의 전쟁’이 되버린 온코 인수전이 싱어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이 온코 모회사인 에너지퓨처홀딩스의 특별 채권을 새로 인수하면서 버핏의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고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엘리엇은 유명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6000만 달러 규모의 에너지퓨처홀딩스 특별채권을 인수했다. 해당 채권 인수와 동시에 엘리엇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온코 인수 합의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 넘겨받게 됐다. 엘리엇은 현재 파산한 온코 모기업인 에너지퓨처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앞서 버크셔는 지난달 초 현금 90억 달러를 지급하고 부채는 떠안는 조건으로 온코 인수에 합의했다. 부채까지 더하면 실제 온코 인수안의 평가액은 180억 달러에 달한다. 당초 버크셔의 인수 제안에 동의했던 엘리엇은 돌연 버크셔가 제안한 90억 달러가 실질적 기업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93억 달러를 제안하며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싱어는 이 회사의 가치가 185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버크셔의 온코 인수가 좌절된다면 버핏으로서는 두 번째의 뼈 아픈 실패가 된다. 버핏은 지난 2007년 에너지퓨처 회사채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매각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버크셔가 온코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업계에서는 ‘투자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줬던 과거 ‘에너지퓨처’ 투자에 대한 일종의 설욕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특별 채권까지 인수하면서 버핏의 인수안은 불투명해졌다. 만약 버크셔의 온코 인수가 좌초되거나 버핏이 인수 계획을 철회하게 되면 버핏으로서는 올해 1430억 달러 규모의 유니레버 인수 제안에 이어 두 번째 인수·합병(M&A) 실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