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비 인하, 회초리만 드는 정부

입력 2017-08-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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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산업2부 기자

“정부에 통신비 인하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날, 하필 공정위와 방통위가 조사에 나선 것은 의도가 뻔한 것 아닙니까?” 9일 만난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정부가 다음 달 1일 시행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25%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바로 그날,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 직원들이 10여 명씩 이통 3사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11일까지 통신 3사의 요금 담합 관련 증거를 조사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칼을 빼 들었다. 이날 방통위는 통신 3사에 공문을 보내 약정할인 기간이 끝난 소비자들에게 통신업계가 약정 재가입 여부를 제대로 안내하는지 다음 주부터 2주간 점검하겠다고 통보했다.

대표적인 두 규제기관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이통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통신비 인하안에 대해 이통사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20% → 25%)에 이통사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대하자, 정부가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사는 시작부터 치열한 장외 설전을 벌였다. 이통사들은 정부의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은 법적인 근거가 희박하고, 민간 기업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통신요금 인하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이다.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이통사에 회초리를 들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속내이다. 이통사들 입장에선 통신비 인하 부담을 이통사에만 전가하는 정부가 원망스럽다. 정부 공약에 반기를 드는 게 부담스러우면서도 소송까지 나서는 이유이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 없이 감정싸움에 힘을 빼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선택약정 할인 25% 시행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가 밀실 접촉이 아닌 공개적인 방법으로 이통사와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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