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대부분 여름 휴가를 즐기는 가운데 중국 고위 엘리트들은 비밀 연례 모임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어 향후 정치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위 엘리트들은 매년 이맘때면 원로들과 베이징 북부 해변가의 베이다이허에서 비공개회의를 열어 향후 정치 방향을 논의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건군 90주년 열병식 참석 이후 시 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핵심 지도자들의 동정이 언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며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철저히 비밀로 하기 때문에 매일 당 엘리트들의 동정을 보도하는 뉴스 게시판에 새 소식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 개막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신호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최근 수년간 학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이 베이다이허에 초청됐다는 소식으로 에둘러 베이다이허 개막을 알리기도 했다.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자체도 거의 공개되지 않아 이후 당과 정부 움직임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5년마다 치러지는 공산당 전국대회(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일부가 바뀌는 등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또 장쩌민 전 주석 시대 이후 중국은 주석 임기 절반 시점에 열리는 당대회에서 현 지도부의 후계자를 상무위원으로 올리는 것이 관례였다. 이에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당대회 인사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진핑의 후계자 논의보다 시 주석의 1인 체제 확립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시진핑이 자신의 주석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권력을 계속 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최근 차세대 총리 후보로 꼽혔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가 비리 혐의로 낙마하면서 그런 관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상하이법정대학의 천다오인 정치학 교수는 “시진핑이 25인의 정치국 위원을 고르는 데 있어서 논쟁의 여지는 없을 것”이라며 “당내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할 자는 아무도 없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현재 서로 다른 정파 인사들이 모여 조화로읜 당의 모습을 강조하는 의식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마오쩌둥이 1953년 이곳에 여름 사무소를 열기로 결정한 게 시작이었다. 그 이듬해 첫 회의가 열린 이후 ‘대약진운동’ 등 역사적 결정이 여기에서 나왔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시절 여름 사무소는 폐쇄됐지만 베이다이허 회의는 유지되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원로들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원로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후진타오가 갖지 못했던 ‘핵심’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또 지난 1982년 권력 집중 현상을 우려해 폐지됐던 ‘당 주석’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당 주석에 오르는 것은 장기집권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