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반대에도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게 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마두로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자국민·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가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고위급 인사 13명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등 제재안을 내놨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기존 헌법 개정, 국가기관 해산 등 권한을 강화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했다.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10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예상대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투표율은 41.53%. 하지만 야권에서는 실제 투표율은 12%에 그친다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일일 브리핑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민심을 저버린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베네수엘라)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우리의 선택지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직격탄이 될 원유 산업 제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제재”를 재차 강조해온 점을 감안한다면 원유 산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에 제재를 가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중반 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돈줄이었던 원유 사업에 제재가 가해진다면 베네수엘라로서는 직격탄을 입게 된다. 특히 경제 제재와 함께 국제적 고립은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물론 스페인 멕시코, 남미 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등도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강행을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섣불리 베네수엘라 원유에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마두로 정권을 넘어 베네수엘라 국민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데다 미국이 제재를 강화할수록 마두로 대통령에게 좌파 국가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미 정서를 자극할 구실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 정유업체의 주원료라는 점도 걸린다. 베네수엘라 원유에 제재가 가해진다면 미국 정유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주요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는 횡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들 국가에 파격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넘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