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베네수엘라...美 기업들 탈출 러시

입력 2017-07-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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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 운항 중단… 펩시·제너럴밀스 등 매출 집계 안 해

▲베네수엘라에서 30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에서 30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져 미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이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야권과 시민들의 반발에도 헌법 개정을 위한 제헌 의회 선거를 감행했다. 제헌 의회가 독재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우려에 베네수엘라 곳곳에서는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다. 계속된 시위로 선거 당일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베네수엘라는 약 4년간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베네수엘라 통화 볼리바르화 가치가 하락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은 자연스레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점점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를 빠져나오는 이유다.

델타항공은 오는 9월부터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라카스 노선 운항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미 이달 초 마지막 운항을 한 뒤 잠정적으로 카라카스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약 30여 년간 베네수엘라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던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5월 사업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갑자기 GM 공장을 몰수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단이다. 포드는 작년 12월 베네수엘라에 있는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최근 CNN머니에 생산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펩시는 여전히 베네수엘라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 판매되지만 2015년 14억 달러(약 1조5675억 원)의 손실을 본 뒤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더는 실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식료품 제조기업인 제너럴밀스도 자사의 시리얼 제품인 차리오스를 베네수엘라에서 판매하지만, 매출 집계는 하지 않는다.

코카콜라는 작년에 설탕 공급 부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서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맥도날드는 현재 남미 최대의 패스트푸드 업체인 아르코스도라도스가 운영한다. 아르코스도라도스도 여타 기업처럼 베네수엘라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실적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2015년 1월에는 베네수엘라에서 감자가 떨어져 일시적으로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팔지 않았다. 작년 7월에는 경제난으로 재료를 구할 수 없다며 빅맥 판매도 일시 중단했다. 컨설팅 업체인 KPMG는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데, 제헌 의회 선거가 시작된 이날 KPMG 사무실 근처에서 최루탄이 날아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를 막고자 베네수엘라의 핵심 사업인 석유 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재하는 조치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가 미국으로 수출한 석유량은 전체 수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다만, 석유 제재는 양날의 검과 같다. 베네수엘라의 식량난과 의약품이 부족한 현 상황을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베네수엘라가 값싼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인 만큼 미국의 유가가 올라 미국에게도 불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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