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조3000억 원, 영업이익률 46%,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첫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삼성전자가 전날 거둔 전대미문의 반도체 사업 실적이다. 이 같은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이 한자리에 모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자리에선 새 정부 경제 정책과 기업별 건의 사항을 주제로 대화가 이뤄질 전망인데, 이와 함께 두 사람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간담회 둘째날에는 자산 순위 홀수 그룹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7명이 참석한다. KT가 지난달 방미 경제인단에 빠지면서 대통령과 만남에서 황창규 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이 자리를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이면서 인연도 깊기 때문이다. 황창규 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 72학번, 권오현 부회장은 같은 과 71학번이다. 또 황 회장은 2004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지냈고, 2008년 권 부회장이 사령탑을 이어받았다.
황 회장이 2004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에 오른 후 거둔 실적은 매출 18조2200억 원, 영업이익 7조4800억 원이다. 13년이 지나 삼성전자는 당시 한 해 동안 거둔 실적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한 분기 만에 받았다.
특히 두 사람은 각각 메모리와 시스템LSI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왔다. 황 회장은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또 2001년 낸드플래시 강자였던 도시바가 전략적 제휴를 제의하자 이건희 회장에게 독자개발을 주장하며 제휴를 무마시킨 사례는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 점유율에서 전 세계 1위다.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권 부회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1987년 4메가 D램을 개발해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했고, 1997년 시스템LSI사업부가 출범하면서 이곳 제품기술실장으로 옮긴 후 11년 넘게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등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힘 쏟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슈퍼 호황기에 삼성전자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이들 S급 인재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가 크게 기여했다”며 “이번 대통령과의 회동은 허심탄회한 자리인 만큼, 두 사람의 감회도 새로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