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표정을 살피는 기술을 개발했다. 영화 개봉 전 미리 관객 반응을 읽어 흥행을 점칠 수 있게 됐다고 26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쿼츠가 보도했다.
디즈니는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기술의 명칭은 ‘인수분해변이 자동변환기(FVAEs)’이다. FVAEs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표정을 몇 분간 살피고 나서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서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한다. 이 장치는 미소에서 파안대소까지 관객의 세세한 표정을 읽고 영화가 의도한 대로 관객이 그때그때 반응하는지를 살핀다. 쿼츠는 이를 아마존이나 넷플릭스가 시청 기록을 근거로 취향을 유추하는 것보다 정교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디즈니는 실험을 진행하며 1600만 개의 표정 데이터를 얻었다. 실험대상의 표정을 포착하고자 극장 화면 위에 적외선 카메라 4개와 적외선 조명기를 설치한 뒤 자사의 영화 9편을 영화관 150곳에 상영했다. 이 실험에 3100명 이상이 참가해 다양한 표정을 디즈니에 제공했다.
이 기술은 영화제작사가 개봉 전에 관객 반응을 예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영화가 개봉하기 전 특별상영을 해 영화 결말을 수정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이 없었을 때도 영화 제작사들은 관객 반응을 고려해 줄거리를 수정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1982년 개봉한 ‘E.T.’다. 원래 주인공 외계인이 죽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는데 개봉 전 영화를 본 사람들 반응이 좋지 않아 제작사는 결말을 수정했다.
기존의 영화제작사는 영화를 본 미리 본 관객에게 설문란을 채우거나 감상평을 쓰게 해 흥행을 유추했다. 디즈니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주관적인 견해를 자세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고 일일이 문서를 들춰봐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또 문서로 기록할 수 없는 순간의 요소를 놓치게 된다. 이 때문에 몇몇 영화제작사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실험 대상에게 착용토록 했다. 심장박동 같은 신체적 신호로 영화를 보며 생기는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다. 하지만 몸에 기기를 착용한 관객 입장에선 실험 중이라는 걸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남는다. 반면 디즈니의 ‘관객 표정 살피기’는 더 진일보한 테스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실험 대상이 따로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는 관객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디즈니가 손쉽게 흥행하는 영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