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감소했던 투자증가율도 올해는 상승 추세이다. 수출과 투자 회복으로 각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앞다투어 상향조정 중이다.
원래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대부분 예측했으나, 이제는 적어도 현상 유지는 충분히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되었으니 재정지출 증대 효과가 올해 안에 나타나면 모처럼 3%대 성장률에도 근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외부 여건 개선으로 다행히 산업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국내 산업의 지속 성장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수많은 난제들이 국내 산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를 헤쳐나가야 한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들은 세계적인 투자 증가로 공급 능력은 계속 확충되었으나 세계 경기의 저성장세로 대부분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고 있는 상태이다. 과도한 산업 공급 증가는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수출 비중이 제일 큰 한국은 이의 대표적인 표적(標的)이다.
미국은 한미 FTA 내용의 재검토를,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빌미 삼아 국내 산업의 자국 진출을 견제하고 있다. 아시아 개도국들도 한국 상품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여가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한국 산업의 미래 생존 여지를 옥죄고 있는 것은 중국 산업의 급속한 부상이다. 중국이 세운 야심 찬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이제 안중에도 없다. 앞으로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과 같은 제조 강국을 뛰어넘어 세계 제일의 제조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확고한 구상이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토대인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한국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복잡다기(複雜多岐)한 각종 규제들 때문에 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자상거래, 핀테크, 공유 경제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BAT’라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들 회사들의 기업 가치는 한국 최대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능가한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많은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는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이다. 교육, 금융,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도 연구개발, 디자인 등의 취약으로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 평균 4년 정도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산업의 발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사례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산업과 기업들을 만들어낸 것은 한국만이 해낸 기적의 역사이다. 이제 한국 산업은 한 단계 더 성장하느냐, 아니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기적을 전설로 남겨놓고 사라지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세계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국내 산업의 경쟁력은 고비용 저생산성 구조 등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답보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한 차원 상승하여 더 높은 지속 성장 궤도로 진입하려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여 오히려 퇴보하는 ‘성공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각종 제도와 규제 체제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여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국내 산업의 혁신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 과제이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주체인 새로운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 개혁도 절실하다.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성장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일이 바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