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간담회를 앞두고 내심 긴장하고 있다. 사전 조율 없이 간담회 일정이 급히 잡힌 탓에 아직 참석자도 정하지 못한 데다 새 정부 들어 재벌개혁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우려스럽다는 분위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은 모두 전날 간담회 일정 발표 이전에 청와대나 대한상의와 사전 조율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대통령 간담회가 8월 중순 이후 열릴 것이란 보도도 나왔는데, 이보다 이른 시점에 나흘 남겨놓고 발표된 것은 좀 당혹스럽다”며 “대기업들은 수시로 해외 거래선과 협상을 진행하는데, 급작스럽게 일정을 잡으면 최고경영진이 일정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참석 대상에 오른 그룹들은 될 수 있으면 총수가 참석하되, 피치 못할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이 대신 가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가 부재 중인 삼성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경제인단으로 함께 가지 않았던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SK그룹은 방미 경제인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인 데다 그룹 대표 격으로 나가는 자리인 만큼 총수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일자리 창출이나 상생 협력이 간담회 주제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경영인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먼저 간담회 참석 대상 기업들은 과거처럼 투자ㆍ고용 관련 계획을 취합해 발표하지는 않더라도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간담회가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최근 국내외 경기 상황과 기업 애로사항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재계는 정부가 이미 법인세 인상 추진, 최저임금 인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추진 등 기업들을 압박하는 카드를 내놓은 후 만나는 터라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할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만을 다 얘기하자니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까 우려스럽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참석 대상 대부분이 대기업인 만큼 최근 정부가 검토하는 법인세 인상 문제 등이 거론되면 반대 논리가 제기될지 주목된다”며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대기업들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