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스냅챗 인수에 실패했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스냅챗 킬러’로 변신했다. 저커버그 CEO가 인스타그램 성장에 사활을 걸고 라이벌인 스냅챗을 잡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스냅챗의 모기업인 스냅의 주가는 공모가인 17달러(약 1만 9300원) 밑으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 11일 스냅의 기업공개(IPO)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가 스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날 스냅의 주가는 전일 대비 9% 폭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스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의 ‘비중확대’에서 ‘시장평균’으로 조정했다.
스냅의 투자의견이 하향 조정된 것은 인스타그램이 ‘얼굴 인식 필터’ 서비스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얼굴 인식 필터는 본래 스냅챗의 인기 기능이다. 그런데 스냅챗의 주 사용자층을 공략하고자 인스타그램이 같은 기능을 뒤늦게 내놓은 것이다.
2013년 스냅의 에반 스피겔 CEO는 30억 달러에 스냅을 인수하겠다는 저커버그 CEO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2012년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의 비디오 공유 기능인 인스타그램스토리의 일일 사용자 수는 2억500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억 명에서 두 달 만에 5000만 명 증가한 것이다. 4월 기준 인스타그램의 총 사용자는 7억 명에 달한다. 작년 6월 5억 명에서 10개월 만에 2억 명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스냅챗의 올해 1분기 평균 일일 사용자 수는 1억66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하는데 그쳤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사진 필터, 디지털 선글라스 등의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스냅챗의 주 이용자들을 빠르게 빼앗고 있다. 디지털 광고 대행사 안시라의 데이비드 피어 폰트 부사장은 “인스타그램의 비디오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스토리가 스냅챗에 잠재적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기능들이 페이스북 서비스와 결합하면 광고주들은 20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광고주들은 사용자가 무엇에 좋아요를 누르는지를 포함해 자세한 데이터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 패트릭 무어헤드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를 늘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인스타그램의 성장에 페이스북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을 사용 중인 친구’를 알려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스타그램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의 활약으로 스냅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인스타그램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폰트 부사장은 “앞으로 스냅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