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의 최대 에너지 업체 온코(Oncor)를 두고 헤지펀드 대부 폴 싱어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상대로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거의 다된 버핏의 매입 거래에 싱어가 태클 걸고 나서면서 온코 인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10일(현지시간) 온코의 파산한 모기업인 에너지퓨처홀딩스의 지분 인수에 93억 달러를 제시하며 공개적으로 버핏과의 인수전 포문을 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앞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현금 90억 달러를 지급하고 부채는 떠안는 조건을 제안했다. 부채까지 더하면 실제 기업가치는 180억 달러로 평가된다.
에너지퓨처의 주채권자이기도 한 엘리엇은 당초 버크셔의 에너지퓨처홀딩스 인수를 동의했었다. 파산한 에너지퓨처는 온코 지분 80%를 들고 있다. 모회사는 파산했지만 온코는 텍사스 전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텍사스 당국이 보호하고 있어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에 싱어는 버크셔가 제시한 90억 달러가 실질적 기업 가치에 못 미친다며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싱어는 이 회사의 가치가 185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코 측은 버크셔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 지난 수주 간 텍사스 당국과 대형 고객들을 만났으며 이 중에는 엘리엇도 있었다. 밥 샤파드 온코 최고경영자(CEO)는 엘리엇이 당시 자신들이 추구하는 생각이 따로 있음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버핏은 그간 꾸준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부분 투자에 애정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온코 인수는 ‘투자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줬던 과거 ‘에너지퓨처’ 투자에 대한 일종의 설욕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버핏은 지난 2007년에도 에너지퓨처 회사채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매각한 적이 있다.
싱어 회장이 인수전에 돌연 끼어들면서 온코가 누구 손에 들어가게 될지 에너지업계는 물론 월가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FT는 버핏이 가능한 한 빨리 투자해 입찰 경쟁을 피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투자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입찰전쟁을 피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인수금액을 상향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