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대표해온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올해 최악의 자산운용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닝스타의 자료를 인용해, 올들어 지금까지 골드만삭스 자산운용(GSAM)의 뮤추얼펀드에서 267억 달러(약 31조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자산운용 상품 중 최대 규모의 유출이며, 유출액은 두 번째로 최악인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거의 2배 수준이다.
FT는 사업을 다각화해 전통적인 투자은행 및 트레이딩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골드만삭스의 노력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GSAM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 순익은 거의 17% 줄었다. 문제는 올 1분기에도 매출이 전기보다 7% 감소하는 등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부진은 골드만삭스만 겪는 것이 아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역시 올해 140억 달러의 자금 유출을 겪었고, 피델리티와 모건스탠리, 프랭클린 템플턴도 각각 수십억 달러의 자금유출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수수료가 적은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TF는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은데다 주가가 고르게 오르면서 수익률도 좋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수익에 별반 차이가 없는 자산운용사에 투자자들이 돈을 맡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다만 GSAM의 경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무리하게 자체 긴축에 나선 것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GSAM은 직원 2000명의 지출을 줄이도록 하고 돈벌이가 되지 않는 출장은 금지시켰다. 올해초에는 영국 런던 헤지펀드 부문을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미국으로 자리를 옮기든지 내부에서 다른 파트로 이동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전문 리서치 업체인 맥케이 윌리엄스의 다이애나 맥케이 공동 CEO는 이런 압력들이 최근 유럽에서 GSAM의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는 투자자들로하여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