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거물들과의 2차 회동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렸다. 트럼프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과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IT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회동이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회동을 기술기업 거물들이 정부 시스템 업그레이드 논의를 위해 백악관에 성지 순례했다고 묘사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 등이 이날 회동에 참석한 18명 기술기업 대표와 투자자들에 포함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트럼프 정책을 비판해왔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컴퓨터와 조달 시스템 등 전산망에 대한 개편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는 “정부가 기술혁명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연방정부 전산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시민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전폭적으로 제공하며 사이버보안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큰 문제이지만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미국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구식 전산 시스템을 교체하고 개선된 정보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10년간 1조 달러(약 1137조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다수 참가자에게 이번 회의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여 만에 트럼프와 만나는 두 번째 자리였다. 일부 시민단체와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CEO들에게 불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초 트럼프 경제 자문단에 합류했다가 불매 운동 역풍을 맞았던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지난 2월 자문단에서 사퇴했다. 최근에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를 비판하면서 역시 자문단에서 물러났으며 이날 회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초청을 받았으나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지 수주 만에 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번 회동 참석을 꺼리는 반응은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전했다.
예일대학의 제프리 소넨필드 교수는 “기술기업 CEO들에게 트럼프와의 회동은 ‘양날의 칼’과 마찬가지”라며 “CEO들은 트럼프의 홍보에 자신이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정부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이후 가장 친기업적인 정부로, 그 어떤 정부보다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결정에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정책과 관련해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포괄적 이민개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그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서류가 미비한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시민권 채널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NYT는 설명했다. 반이민정책에 인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여전히 트럼프는 이 문제를 애매모호하게 넘어갔다고 신문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