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의무판매제 등 친환경차의 확대 정책을 전격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성장을 기대하는 반면, 완성차 업계는 경쟁력이 약한 친환경차의 공급을 당장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친환경차 쿼터제에 관한 공지를 올렸다. 이는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강제하는 제도로 내년 8%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매년 2%씩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정책이 실행된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35%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제품 판매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로 꼽히는 장거리 주행 전기차에선 GM, BMW,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등이 대부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산 배터리를 채택해 이들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한 중국이 이 같은 정책을 실시하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독일 역시 의무판매제 도입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 의무 판매 강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있다. 친환경차 쿼터제가 시행되면 당장 내년부터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8%를 친환경차로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게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벌금을 내야한다. 중국에서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친환경 차량이 전무한 현대·기아차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위에둥 EV를 시작으로 아이오닉·니로 EV의 투입을 앞당길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쿼터제를 충족하려면 2018년 기준 각각 9만 대, 5만 대의 친환경차를 생산해야한다.
현지에서 일본업체들이 친환경차 부문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고, 현지 토종 업체들도 경쟁 구도에 가세하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의무 판매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103대, 지난해 1115대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으로 환경·에너지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뒤진 자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