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가 중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독립 지향이 강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3일(현지시간) 오전 베이징에서 이사벨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장관과 국교 수립 문서에 서명했다.
후안 카를로스 발레라 파나마 대통령은 전날 밤 TV 국정연설을 통해 중국과의 국교 수립을 선언했다. 그는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두 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국가이며 금융과 통신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중국과의 수교는 국민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를 창출하는 역사적인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나마의 단교로 대만의 정치적 고립은 더욱 심화하게 됐다. 이제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바티칸과 니카라과 파라과이 등 20개 국가로 줄어들게 됐다. 특히 오랜기간 외교적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파나마를 잃게 되면서 바티칸과 파라과이 등 다른 국가들이 그 뒤를 이을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부 아프리카 섬나라인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19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도 했다.
아시아ㆍ태평양 국가 관계 전문가인 자 이언 총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오랜 외교 관계가 끊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파나마의 단교는 상징적으로 중요하다”며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와 대만의 외교 관계는 19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9년 파나마와 수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당시 친중파인 마잉주가 총통으로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잉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수교를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반(反) 중국 성향의 차이잉원이 취임하면서 중국은 다시 외교적 압박에 나섰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권은 중국 본토와 대만이 하나의 국가에 속한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총통부 비서장은 이날 타이베이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이징 당국은 지역 안정을 뒤흔들고 대만 국민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금 종료해야 한다”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돈으로 외교를 사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차이잉원은 지난해 첫 해외 순방길에 파나마 운하 확대 개통식에 참여해 파나마를 ‘좋은 친구’로 부르는 등 극찬했으나 1년 만에 뒤통수를 맞게 됐다. 그러나 개통식 당시 중국 선박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이날 파나마의 중국과의 수교, 그리고 대만과의 단교를 미리 암시한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