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지하상가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8일 서울시 지하상가상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종로·을지로·명동·고속터미널·영등포·강남역 등 주요 6개 권역 2600여 개 지하상가의 침체가 극에 달해 있다. 지하상가 대부분은 영세 상인들이 입점해 있고, 휴·폐업이 잦아 정확한 매출 집계 자료가 없지만, 6곳의 상인회 모두 한목소리로 “5~6년 전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동 지하상가 상인회장인 양윤석 씨는 “지하상가 매장은 임대료가 평균 2개월씩 밀려 있고,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흑자가 나는 점포는 한두 개 있을까 말까”라고 말했다. 을지로 지하상가 상인회 관계자 역시 “주말에 상가를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는 지경이라 전기세 내기도 힘든 매장이 많다. 그러다 보니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종로4가 지하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30%에 달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지하상가의 불황은 강북과 강남 모두 같은 상황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62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역시 불황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고속터미널 상인회 관계자는 “사드 보복의 타격도 있고, 최근의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쳐 정말 어렵다”며 “여기에 불황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오르는 임대료까지 더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매 상가 경기가 부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지하상가 경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횡단보도 증설로 인한 지하 유동인구 감소 △중국인 관광수요 감소 △미진한 당국의 정책 지원 등의 문제를 꼽는다.
정 이사장은 “한때 지하상가를 갖고 있으면 잘나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상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땅 밑 세상은 여전히 소외 대상”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