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IT기업 엔스퍼트가 부당발주 취소 불공정거래 불법행위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근거로 KT에 939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스퍼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구글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이다. 지난 2010년 KT로부터 태블릿PC 20만 대, 660억 원(부가가치세 포함)의 제품 개발과 공급 주문을 받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주장에 따르면 KT는 3만 대를 공급받은 후 추가 공급을 지연시키다가 나머지 발주를 취소했다. KT가 아이폰 독점 출시로 삼성전자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엔스퍼트로 하여금 무리하게 태블릿PC를 출시하도록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태블릿PC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지자 추가 발주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위탁계약 취소를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엔스퍼트와 40여 개 원부자재 납품 중소 협력사들은 이미 KT가 요구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거액의 원자재를 매입했다. 제품 개발에도 수백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이후였다. 결국 엔스퍼트는 위탁취소로 인한 손실과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상장폐지됐다.
엔스퍼트는 2011년 11월 KT를 하도급법위반으로 공정위에 제소하였고 공정위는 2년 8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KT에게 하도급법위반에 대한 시정명령과 20억8000만 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KT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이 역시 2년간의 소송 끝에 KT의 청구가 기각됐다. 2016년 10월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구비해 손해액을 정확하게 입증할 것”이라며 “이번 손해배상 청구액은 엔스퍼트가 입은 손해의 일부를 청구한 것이며, 향후 소송과정에서 그 청구액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스퍼트 이창석 대표이사는 “유망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대기업을 만나 상생을 빌미로 이용되었다가 불공정거래로 사장되어 버렸다. 문제를 제기하면 막대한 자본과 시장 지위를 이용해 기술과 품질의 낙오자로 전락하게 만든다”며 “지금의 벤처시장, 중소기업의 환경 그리고 대기업의 낙후된 시장감시제도로는 우리나라에서 샤오미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