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탈세 혐의' 구조 드러날까… 법원, "로펌 증인 신청서 제출하라"

입력 2017-04-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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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미경(58) 씨와 자녀들에게 배분한 과정이 법정에서 드러날지 주목된다.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 회장 측은 자문을 담당한 로펌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조세 혐의로 기소된 신 총괄회장과 그의 셋째 부인 서 씨,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신 회장 측은 이날 롯데 조세분야 자문을 맡은 A로펌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의사를 내비쳤다. 재판부는 일단 검찰의 수사자료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변호인이 신청하는 증인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변호인에게 서둘러 서류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A로펌 관계자들이 법정에서 지분 증여 과정의 '설계도'를 공개할 경우 업계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로펌이 의뢰인의 자문 내용을 공개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지닌다. 의뢰인이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변호사는 어디까지 수사에 협조해야 할지 논란이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이 의무에서 제외된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이번 롯데 수사 당시 압수수색도 강제력 없이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로펌에서 필요한 서류를 받았다. 변호사의 비밀유지를 의무가 아닌 권리로 폭넓게 보장하는 영미권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편이다. 선례가 남는 것에 부담을 느낄 A로펌 측이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판에는 A로펌이 페이퍼컴퍼니인 홍콩과 싱가포르 법인명을 정하는 등 증여세 회피 방안을 직, 간접적으로 도운 정황이 공개됐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봉철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은 "A로펌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관리했다"고 진술했다. 정책본부 관계자 일부가 실무 작업을 맡았지만,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A로펌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신 이사장 등 3명에게 회사 지분을 챙겨줘라'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구체화는 작업을 담당했다.

특히 롯데 측은 비거주자 면세 규정, 조세시효 등의 문제에 대해 A로펌 소속 변호사와 회계사로부터 수시로 조언을 받았다. 이 실장은 "그룹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전적으로 (로펌에) 의존했다"고 털어놨다.

신 총괄회장은 2005~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서 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매매하는 방식으로 증여세 납부를 피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마지막 기일을 제외하고는 강제 구인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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