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고서 리라화 가치가 급등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타타 고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민 투표와 관련해 큰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터키 시장이 안도 랠리를 보인 것”이라고 투자 노트를 통해 밝혔다.
그런데 터키가 시장의 기대에 계속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저커스 애널리스트는 “터키 시장은 랠리를 조금 더 이어갈 수 있으나 시장은 터키가 선보이는 정책적 변화에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갈등과 대외 관계가 변수로 남아 있는 탓이다. 투자자들이 터키 시장에 주목할 요소를 17일 CNN머니가 정리했다.
첫 번째는 2019년 선거다. 이번 개헌 국민투표는 찬성 51% 반대 48%로 가결됐다. 즉 48%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헌안에 반대했다는 의미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정치 체제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2019년 11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데 새 헌법은 해당 선거 뒤 발효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5년간 터키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공로가 크다. 특히 2003년 국무총리로 취임한 직후 경제 성장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최근 터키의 경제 성장 속도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터키의 국내 경제성장률은 3%에 그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액도 2007년 220억 달러(약 25조 원)에서 2016년 170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12개월간 달러 대비 22% 이상 하락했다.
두 번째로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다. 터키는 2005년부터 EU와 가입 협상을 진행했지만, 수년째 협상 속도는 더뎠다. 터키와 EU 간 갈등도 팽배하다. EU는 국민투표 전부터 터키의 개헌안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네덜란드는 터키 개헌을 찬성하는 정치 집회에 참가하려던 터키 장관들의 입국을 막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정부를 향해 “나치 잔재”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나치 비유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U는 사형제를 부활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시도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터키는 2004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시키면 EU의 가치를 깨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형제 부활은 EU 기본권 헌장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광장에서 사형제 부활 요구를 받았다고 총리에게 전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해 3월 터키가 EU와 체결한 난민 송환 합의도 변수다. 터키는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 경제 지원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 송환을 파기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터키와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 서로 의지했다. 특히 터키는 무역, 관광, 에너지 자원 면에서 러시아에 크게 기대고 있다. 수 백만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터키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또 터키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12%, 천연가스의 55%는 러시아산이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했다. 최근 시리아 문제를 놓고도 양국은 각을 세우고 있다. 터키는 뱌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 정부를 비난하며 미국을 향해 시리아 정권에 대한 추가 공습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환영한다면서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헌 국민투표 이후 러시아의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 모두 터키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