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로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던 70세 할머니가 50년 만에 다시 이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서린 스위처는 이날 50년 전 자신의 배번 261번을 다시 달고 첫 마라톤 완주 당시보다 약간 느린 4시간 44분 31초에 완주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스위처는 1967년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해 역사의 한 장을 연출했다. 그는 당시 남성들만의 대회였던 마라톤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등록을 하고 완주했다.
그의 도전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당시 대회 출전을 위해 이름을 ‘K.V. 스위처’로 등록해 여성임을 감췄다. 출발 후 수 km를 가던 중 그의 출전을 봉쇄하기 위해 레이스 감독관인 작 샘플 등 남성 여러 명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같이 뛰던 남자친구가 몸으로 막으면서 스위처는 가까스로 경기에 복귀해 마침내 4시간 20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당시 감독관들이 그를 막으려던 광경을 찍은 사진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이를 극복하게 된 상징으로 남게 됐다.
스위처는 10년 전 NYT에 기고한 글에서 “당시 마라톤은 남자의 경기였고 여성들은 달리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나는 열심히 훈련했으며 나의 힘을 믿었다”고 회고했다.
50년 전 스위처는 완주했음에도 실격 처리됐다. 또 아마추어 육상연맹은 그를 제명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 힘입어 여성은 마침내 1972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공식적으로 뛸 수 있게 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여자 마라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위처는 1974년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7분 29초의 기록으로 우승하고 그다음 해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2시간 51분 33초로 생애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지금까지 39차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는 이날 출발 전에 여성 마라톤 선수들을 위해 총을 발사하는 영광을 얻었다. 보스턴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이날 스위처의 배번 261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겨 그의 업적을 기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