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할 경우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은은 사채권자의 요구를 한 가지씩 들어주면서 타협안 마련까지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사실상 법정관리 형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산은이 물러선 배경이다. P플랜은 채권단 주도의 자금 지원과 법원의 강제력 있는 채무 조정을 결합한 형태다. ‘단기’라는 표현이 붙은 것은 30~40일 이내에 자금 지원과 채무 조정을 모두 마쳐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다. 미국 출판회사 ‘호튼 미플린 하코트’는 2012년 5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32일 만에 이를 졸업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이 같은 해외 전례를 따르지 못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우선 대우조선은 부실 규모가 워낙 크다. 법원에서 이를 단기간에 파악해 출자전환 비율을 산정하기 어렵다.
또 채권단과 사채권자에 이은 상거래채권 관계자까지 전면에 등장하면서 단기간 내에 조정을 끝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P플랜이 아닌 법정관리 형태가 되면서 대우조선은 회생보다는 청산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 법정관리 사태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까지 고려하면 산은과 금융위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한 것이다.
정부가 당초 대우조선 신규 지원금으로 2조9000억 원을 제시한 것을 두고 사채권자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시 해당 지원금 규모는 ‘홈쇼핑 가격’이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금융위는 대우조선의 최대 부족자금 5조1000억 원에서 △회사채ㆍ기업어음 채무조정 1조5000억 원 △신규자금 잔여분 4000억 원 △금융비용 감소분 3000억 원 등 2조2000억 원을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정KPMG의 실사보고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해당 수치의 산정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결국 산은과 금융위가 대우조선 청산시 회수율(6.6%)를 고려해 사채권자에게 최소 상환 보장할 금액 1000억 원을 남겨두고 신규 지원금을 책정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이 사채권자를 위한 별도의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ㆍ상환대금 사전 예치)에 1000억 원을 즉시 예치하기로 하면서 지원금은 사실상 2조9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민연금과 등 사채권자들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번 정부의 대우조선 채무 조정안에 강력 반발했다. 사전 협상 기간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더욱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또 특정 기업을 위해 기금이 쓰이는 전례를 만드는 것도 부담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수정안은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기금 이익이란 명분과 산은의 양보라는 실리를 모두 지켜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산은은 사채권자에게 최소 상환액 1000억 원을 보장하기로 했으며 2018년부터 조기 상환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