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인건비와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베트남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뒷받침되면서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첨단소재는 130억 원을 투자해 베트남 호찌민 인근 동나이성 논뜨락에 연간 2만1000톤 규모의 EP 컴파운딩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올해 11월 완공 예정이며, 이후 한 달가량의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상반기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EP는 공업 및 구조 재료로 사용되는 강도 높은 플라스틱으로 가전제품, 모바일기기, 카메라, 항공기 구조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그동안 롯데첨단소재는 베트남 현지에 협력사를 두고 기술지원만 해왔으나 신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롯데첨단소재 관계자는 “베트남 신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삼성전자 베트남 휴대폰 공장뿐만 아니라 현지 가전제품, IT제품 업체들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한 효성은 최근 베트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효성은 현재 2곳의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등을 생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 2월에는 베트남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바리어붕따우성 까이멥 공단에 약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해 프로판 탈수소 공장(PDH),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 LPG 저장소 등 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2단계로 진행될 예정으로, 우선 1단계에 각각 1억3300만 달러, 3억3600만 달러를 투입해 LPG 탱크와 PP 공장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어 2단계에 각각 4억9600만 달러, 2억2600만 달러를 투자,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 공장과 PP 2공장을 짓는다.
이를 통해 효성은 원료인 LPG부터 PP에 이르는 일관 생산 체계를 구축,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은 베트남 연짝 공단 내의 한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투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도 지난해 11월 베트남 빈즈엉 성에 약 26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3만6000톤 규모의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LG화학은 훨씬 앞서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다. 지난 1997년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 베트남 호찌민시 근교 동나이성 고다우 공업단지 내에 연산 4만 톤 규모의 디옥틸프탈레이트(DOP) 공장인 ‘LG VINA’를 건립해 운영 중인 것.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이처럼 석유화학 업체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장점이 퇴색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 조치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베트남은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기업 유치 정책 등에 따라 차세대 글로벌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던 인건비의 경우 매년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국과 격차를 크게 줄였다”며 “그러나 베트남은 아직까지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인건비를 유지하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