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91. 자운선(紫雲仙)

입력 2017-04-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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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로 얻은 권력으로 천민 수탈한 고려 기녀

자운선(紫雲仙, 생몰년 미상)은 고려 무신 집권기의 기녀(妓女)이다. 처음에 이의민(李義旼)의 아들 이지영(李至榮)의 첩이었다가 이지영이 최충헌(崔忠獻)에 의해 죽임을 당한 뒤 다시 최충헌의 첩이 되었다.

기녀는 이미 삼국시대에 김유신(金庾信)과 관련한 천관녀(天官女)의 존재가 보여 일찍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 기녀는 관기(官妓)와 사기(私妓)로 나뉜다. 관기는 중앙과 지방 관청에 소속되어 국가적 행사나 사신 접대, 지방 행사 등에서 춤과 노래를 제공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사기는 고위 관료나 권세가 등이 노래와 춤에 능한 여성들을 자기 집에 두고, 개인적인 연회나 손님 접대 등에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최충헌은 가병(家兵)들에게 수시로 전투 연습을 시키고는 집의 기생들을 마치 선녀가 승리를 축하하러 온 것처럼 연출시켜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생의 신분은 천인이었고, 노래와 춤뿐 아니라 술자리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말이 통해야 하니 시를 짓는 등 기본적인 교양도 갖추었다. 기생의 이름은 설매(雪梅), 세류지(細柳枝) 등 외모나 성품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운선은 ‘보라색 구름 속의 선녀’이니 상당히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인이었던 듯하다.

자운선은 당시에 백성들에게 원망의 대상이었다. 이지영이 삭주(평안북도 삭주군)의 장군이었을 때 주변에 양수척(楊水尺)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양수척은 본래 관적(貫籍)도 부역도 없이 수초(水草)를 따라서 유랑생활을 하면서 사냥이나 하고 버들 그릇을 엮어서 팔아먹는 것으로 생업을 삼았다. 그런데 이지영이 양수척을 자운선에게 예속시켰고, 자운선은 그들의 명부를 적어 공납을 끝없이 징수하였다. 최충헌의 첩이 된 뒤로는 인구를 조사해 공납을 더 심하게 징수했으므로 양수척들의 원망이 대단하였다.

그러던 중 거란병이 침입하자 양수척들은 적을 마중 나가 항복하고는 그들에게 길 안내를 하였다. 이에 거란병들이 산천과 요충지, 도로의 원근을 모조리 알았다. 인심이 흉흉해지고 모두들 최충헌을 원망했다. 양수척들은 익명서를 붙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반역한 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다. 기생집의 수탈을 견디지 못하여 거란 외적에 투항하여 길 안내가 되었다. 만약 조정에서 기생의 무리와 순천사주(順天寺主)를 처단해 준다면 당장 창끝을 돌려 나라를 위하여 일하겠다.” 최충헌이 이를 듣고는 즉시 기생 자운선과 상림홍(上林紅)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횡포를 부리던 순천사주는 도망하였다.

기녀는 전근대 시대에 일찍부터 있어왔고, 또 재주와 기예와 교양을 갖춘, 상대적으로 지식층이었다. 때문에 기개가 있는 기녀, 시에 능한 기녀, 남성을 패가망신에 이르게 한 기녀 등 기녀와 관련된 일화는 수없이 많다. 자운선은 미모를 무기로 이기적 욕망을 채웠던 나쁜 기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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