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최고경영자(CEO)들은 단순히 기업을 경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 빌 게이츠 없는 마이크로소프트(MS),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을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기업의 전면에 나서서 자신을 브랜드화했다. 1987년부터 스타벅스의 CEO를 역임한 하워드 슐츠도 그 중 하나다. 사람들은 “슐츠와 스타벅스는 동의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스타벅스와 한몸이던 슐츠가 CEO직을 내려놨다. 지난 3일(현지시간)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전 최고운영자(COO)가 슐츠의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슐츠는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제품에 관여할 예정이다. 슐츠와 존슨은 현재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본사의 바로 옆 방에 있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의 방을 오간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존슨 CEO는 “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는 우리 세대의 상징적인 기업가”라고 슐츠 전 CEO를 향해 존경을 표했다.
작년 12월, 슐츠 전 CEO가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 스타벅스 주가는 약 12% 폭락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슐츠 없는 스타벅스’를 상상하기 싫어했다는 의미다. 슐츠는 1982년 스타벅스에 입사해 1987~2000년까지 CEO로 재직했다. 동시에 경영 복귀 구호로 ‘온워드(onward)’를 외쳤다. 슐츠는 프리미엄 커피와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경험을 소비하게 한다’는 전략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간파했다. 동시에 구성원들에게 혁신, 소통, 배려를 강조하며 좋은 리더십의 표본을 보여줬다.
존슨 CEO가 세운 목표는 세 가지다. 미국 내 동일점포매출 성장률 연 5% 이상 달성, 모바일 주문 서비스 개선, 점심 시간에 매장 방문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2만6000개 매장을 3만7000개로 늘리는 것과 고급 로스팅 전문 매장을 30개 개점하는 것도 스타벅스가 내놓은 비전이다. 존슨 CEO는 경영하면서 슐츠 전 CEO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CEO로서 얼마나 결정권이 있는지 묻자 그는 “하워드 전 CEO가 내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준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는 방안의 하나로 하워드와 끊임없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