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다. 출범한 지 고작 14년 된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세계 자동차 산업의 혁명을 이끈 114년 전통의 포드자동차의 시가총액을 추월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와 포드의 희비가 엇갈렸다. 테슬라 주가는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대비 7.3% 급등한 반면 포드는 지난달 판매 부진으로 1.7% 하락했다. 이에 시가총액은 테슬라가 약 487억 달러(약 54조4466억 원)로, 456억 달러에 그친 포드를 사상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신생 기업이나 다름없는 테슬라가 시총 기준으로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미국 2위 자동차업체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의 의식 속에서 머스크는 헨리 포드 포드차 설립자를 앞질렀다”며 이는 “자동차업계의 지각변동”이라고 분석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쇼트빌에 폭풍우가…”라는 글을 올려 테슬라 주가가 하락할 것에 베팅했던 쇼트셀러들을 비웃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39.7% 폭등했다.
사실 외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테슬라가 포드를 이긴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포드는 지난 5년간 순이익이 총 260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23억 달러를 잃었다. 또한 포드의 지난해 매출은 1518억 달러였으나 테슬라는 70억 달러에 불과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4만697대였지만 포드는 3주마다 픽업트럭 ‘F-시리즈’로만 비슷한 물량을 팔고 있다.
포드나 GM 등 자동차산업의 강자보다 훨씬 못한 테슬라가 증시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면서 테슬라는 짐 채노스 등 쇼트셀러들의 오랜 타깃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 집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의 ‘유통시총(Free Float)’에서 ‘공매 총액(Short interest)’은 29%에 이른다.
그러나 투자자 대부분은 테슬라가 그려내는 야망과 꿈에 베팅했다. 벤 캘로 로버트W.비어드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전기차를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테슬라를 바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나는 엘론 머스크를 숭배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르쉐를 살만한 사람들이 이제 테슬라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 급등을 이끈 것은 지난 1분기 판매와 생산 모두 약 2만5000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테슬라는 올해 기존 자사 차종의 절반 가격인 3만5000달러의 보급형 차종 모델3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소식이 테슬라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생산 부문 난관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머스크는 오는 2018년까지 테슬라 연간 차량 생산을 50만 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포드 설립자인 헨리 포드가 20세기 초 전설적인 ‘모델 T’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머스크는 모델3로 전기차 대량 보급시대를 열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도가 성공할지 앞으로 수년 안에 판가름나게 된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머라이언켈러&어소시에이츠의 머라이언 켈러 대표는 “자동차산업은 그대로다. 매우 경쟁적인 시장이며 테슬라는 GM과 포드처럼 공장과 사람을 늘려야 한다”며 “또 아직 대중적인 전기차 수요도 그리 많지 않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애덤 존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미래 자동차산업에 대해 힌트를 준 차량공유서비스가 테슬라에 새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며 “테슬라는 모바일 앱 기반의 주문형 이동 서비스를 상업화할 수 있는 위치에 뚜렷하게 서 있다”고 낙관했다.
테슬라에 체면을 구긴 포드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포드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4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1년 전 포드는 테슬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샅샅이 뜯어보기 위해 제 값보다 무려 5만5000달러를 더 주고 차량을 구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