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이어져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달콤한 허니문이 마침내 끝나면서 시장이 비관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11일 이후 무려 109일간 단 한번도 1% 이상 하락한 적이 없지만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책 지연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런 기록 행진을 마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친기업적인 성장우선 정책에 앞다퉈 미국 주식과 달러화를 사들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상승폭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된 가운데 결국 이날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언 와이너 웨드부시증권 주식 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은 새 건강보험개혁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다른 정책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 랠리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주들에 급격한 매도세가 유입됐다. 미국 대형 은행 주가를 종합한 KBW나스닥뱅크지수는 이날 3.9% 하락해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인프라 투자 기대에 강세를 보였던 제조업 관련주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철강사 뉴코어 주가는 5.2% 급락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한때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달러화 가치도 떨어졌다.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인덱스는 이날 90.10으로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는 늘어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의 2.472%에서 2.432%로 하락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그 반동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BMO프리이빗뱅크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트럼프 정책이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아직 수건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기대치를 재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시장의 낙관주의가 너무 지나치다”며 “이는 재앙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헤지펀드 시브리스파트너스매니지먼트의 더글라스 카스 대표는 “이제 시장은 전환점에 도달했다”며 “특히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금융주를 팔아치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