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세론’ 대항을 목표로 하는 ‘제3지대 빅텐트’ 논의가 최근 주춤한 가운데, 오는 28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빅텐트 구축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빅텐트 구축의 우선적 변수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 중 누가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되는지 여부다. 남 지사는 그간 친박근혜계, 친문재인계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간 대연정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이에 따라 남 지사가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남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을 나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그리고 자유한국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까지 모두 모여 ‘원샷’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현재로선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경기지사,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전 대표의 후보 선출 가능성이 크다. 남 지사는 한국당 후보와의 ‘보수단일화’엔 부정적 입장이지만, 민주당 후보와 일대일로 맞서야 승산이 있다는 실리적 관점에서 홍 지사도 참여하는 단일화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 가능성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밑바탕엔 이러한 원샷 경선이 한국당, 국민의당 후보로서도 손해보지 않을 장사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당의 경우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의미 있는 지지율도 얻지 못하면서 완주하느니 민주당 후보와의 일전을 위해 과감하게 제3지대 인사들과 맞붙어 힘을 몰아주자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홍 지사의 경우, 당 후보로 선출돼 지사직을 버리더라도 대선 후 치러질 당 대표 선거에 나서거나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등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전국적 인지도를 띄운 뒤 중도하차한다면 남는 장사라는 거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독자 힘으로 압도하긴 어려운 만큼,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 공약 등이 필수조건이 되지 않는다면 원샷 경선으로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더군다나 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주자 가운데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승부수를 던져봄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바른정당 후보가 유승민 의원으로 결정될 경우, 그리고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후보로 선출된 뒤 원샷 경선을 거부할 경우엔 이러한 빅텐트 구상이 모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둘 모두 ‘원칙 없는 연대’, ‘공학적 연대’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해온 까닭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21일 “일단은 바른정당 후보가 빅텐트의 변수”라면서 “남 지사가 후보가 된다면 김종인 전 대표를 비롯해 정운찬 이사장,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결국 원샷 경선에서 붙어 승자에 몰아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전 대표를 설득하는 건 나중 문제로, 당장 유 의원이 후보로 결정되면 원샷 경선판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