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양국의 관계와 미국의 투자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며, 안보, 석유 수출, 경제 투자 등 논의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사우디와 미국은 수십 년간 전통적 우방 관계를 유지하며 안보와 석유를 맞교환해왔다. 사우디는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는 대신 안보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셰일 에너지 생산 업체들이 증산하면서 ‘안보와 원유의 맞교환’이라는 모토가 깨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메리카공공관계위원회(SAPRAC)의 살만 알-안살리 소장은 “원유 시장의 변화로 그 모토는 구식이 되었다”며 새로운 노선을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번 모하메드 부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양국 관계를 리셋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작년에 발표한 사우디 경제 개혁안 ‘비전 2030’을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비전 2030은 한 마디로 사우디의 탈 석유 정책이다. 석유 수출에 크게 기대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전히 석유 수입은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지속한 저유가 기조에 사우디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작년 11월 15년 만에 감산에 합의하고 나서 유가는 안정세를 찾았으나 최근 미국의 증산 전망에 유가는 다시 5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사우디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OPEC의 맹주인 사우디도 감산에 계속 적극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우디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미국은 캐나다 다음으로 사우디의 최대 석유 수출국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대(對)미국 석유 수출량은 줄고 있다.
사우디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만든 1000억 달러(약 115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도 사우디가 마련한 돌파구 중 하나다. 사우디가 탈 석유 정책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동시에 간접적으로 미국에도 손길을 뻗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작년 12월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소프트뱅크에 사우디가 투자함으로써 묘한 삼각 동맹이 연출된 것이다.
사우디가 미국을 원하는 만큼 미국도 사우디를 주요 시장으로 생각한다. 트럼프는 대선 출마 발표 몇 달 뒤 사우디 연관 사업체 8개를 사들였다. 다만 이해 상충 논란을 불식하고자 작년 11월까지 사우디 연관업체들을 정리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가장 큰 무기 판매 시장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미국은 사우디가 예맨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작년 12월 정밀유도무기 판매를 중단했다. 트럼프는 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 미 국무부는 이미 지난 8일 사우디의 무기 판매 재개를 승인했다. 이번 모하메드 부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만남에서 진전된 무리 거래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