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일렉트로닉스의 ‘스마트라TV’가 지난해 한 소셜커머스에서 대기업 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UHD TV 부문에서 중소 브랜드로서 판매 1위를 달성해 ‘올해 대박 낸 중기 제품’에 이름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한 홈쇼핑 채널 관계자는 “‘스마트라TV’라면 요즘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우리 중기 제품 중에서도 판매율이 단연 높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설립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엔 전년 대비 200% 오른 매출 407억 원, 월평균 TV 판매량 2만 대를 찍고 중소기업 브랜드의 ‘힘’을 보여준 스마트라TV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투데이는 지난 3일 고양 덕양구 삼송의 사무실에서 김영철 대표(54)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등에 업은 가전유통업체 = 스마트라TV는 ‘메이드인 차이나’다. 가전유통업체인 스마트홈일렉트로닉스는 TV를 직접 제조하는 대신, 중국의 선전, 상하이 등지에 있는 협력 공장에서 OEM(주문자생산) 방식으로 생산한 후 ‘스마트라TV’ 브랜드를 붙여 들여온다. 김 대표는 “한국은 가전제품이 삼성과 LG 제품뿐인데 중국에는 TV 만드는 회사만 100개가 넘는다”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어주는 공장이 곳곳에 있다”고 얘기했다. TV를 비롯한 3D프린터, 드론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선보이는 샤오미가 이렇게 OEM 방식을 활용하는 대표적 회사다.
◇중소 브랜드일수록 고객 신뢰 드려야죠 = ‘불만제로’ 마케팅과 AS 서비스 = 김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일수록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들이 중소기업 TV를 안 사는 이유가 뭘까 고민했다”며 “그 답을 신뢰 마케팅과 AS 서비스에서 찾았다”고 했다. 회사는 경쟁 중소기업 TV들이 흔히 쓰는 최저가 마케팅을 피했다. 온라인 유통에서 최저가 경쟁을 하다 보면 결국엔 단가 이하로 내려가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라TV는 중기 TV 중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채택했다”며 “최저가보다는 비싼 수준을 유지하면서, 충실한 사후서비스(AS)와 품질보증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드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신 TV 제품 고장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음에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AS까지 염두에 두고 구매 결정을 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처음 판매할 때부터 구매 후 TV가 불만족스럽다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 드리겠다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했다”는 그는 “불량 중 대부분이 배송 중 파손된 경우이고 그마저도 3% 이내라서 원가에 녹여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배송 중 파손된 경우는 물론이고 잔기스가 난 경우까지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하루 만에 직원들이 방문,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 시작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소비자 불만에 대해 즉각 처리하는 부서까지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을 만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철저하다.
◇“중국산 우습게 볼 때는 지났죠” = 한 해운 대기업의 주재원으로 삼십 대에 중국에 첫발을 디딘 김 대표는 이후 16년 동안 중국에서 근무한 ‘중국통’이다. 스마트홈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하기 전까지는 현대그룹 홍콩법인장으로 홍콩에 체류했다. 김 대표는 “2010년께 궈메이라는 종합전자제품 체인점에 방문해 중국 TV 제품들을 보게 됐다. 품질은 한국과 비슷한데 가격이 20%에 불과한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처음 ‘메이드인 차이나’ TV를 주목하게 됐을 때를 돌이켰다. 당시 이미 많은 영세 보따리상들이 중국에서 TV를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고 있었다. 현지 공장에서 물건을 떼오고는 약속된 대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하는 불량 수입업자가 많았다.
김 대표는 반대로 중국 공장들과 믿음을 쌓고자 노력했다. 그는 “공장과 계약을 맺으면 정석대로 신용장 거래로 다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다른 공장에서도 오더를 달라면서 외상 거래 등 파격적인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며 “중국인들이, 특히 국제 거래에서 신용장 거래 대신 외상을 제안한다는 것은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다. 스마트라 TV를 잡는 게 한국 중소기업 TV 시장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고 밝혔다.
중국산 TV와 국산 TV의 품질 차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산 패널이 국산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저는 국산 패널 품질이 100이라면 중국산이 98까지 따라왔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오늘날 중국 기술이 얼마나 우리를 따라잡았는지 잘 모른 채 여전히 과거의 인식에 머물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 제품은 스마트 기능 등이 붙은 프리미엄 제품에 강하다”면서도 “대중적 모델의 경우라면 가격을 2배 이상 지불하고 브랜드 만족감을 가질 것이냐, 혹은 실속을 차릴 것이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유통채널과 제품 다변화…TV를 넘어 ‘스마트홈가전’으로 = 스마트홈일렉트로닉스는 작년부터 서서히 유통채널을 다각화해왔다. 전체적으로 온라인에 90%까지 치우쳐 있던 판매 비중을 30%로 낮추고 오프라인을 70%까지 강화했다. 유통의 무게중심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것은 매출 구조를 바꿔야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 등 정부의 각종 자금지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창조경제’를 좋아하는 정부는 우리 같은 B2C 온라인 유통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단순 유통이라고 해서 새로운 걸 창출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자금 지원을 받으려고 매출구조를 온라인 중심에서 오프라인으로 역전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중간 과정을 담당하는 유통과 물류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곳곳의 싸고 더 좋은 제품들을 국경을 넘어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스마트홈일렉트로닉스는 올해부터 TV 외의 중형 스마트 홈가전 분야를 다룰 계획이다. 김 대표는 “5월에는 TV모델도 모두 UHD TV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내 신제품을 출시하고 제품 라인을 확장해 매출액 800억 원과 영업익 20%를 달성하겠다”고 귀띔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홈가전 분야에서 이름만 들으면 믿고 살 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김 대표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