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12일(현지시간) 46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사우디 국왕으로서는 지난 1971년 파이잘 국왕 이후 46년 만에 첫 일본 방문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국왕과 동행하는 각료와 수행원은 1000명을 넘는다. 국왕은 지난달 말부터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를 차례로 방문했으며 중국과 몰디브 등도 들른다. 1개월에 걸친 긴 순방길은 그만큼 사우디가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뜻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즉위한 살만 국왕은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과감한 경제ㆍ사회 개혁에 착수했다. 늘어나는 젊은층을 흡수하는 일자리를 만들려면 석유 이외 산업을 키워야 하고 그 실현에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이에 사우디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경제대국들을 상대로 탈석유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동 사정에 정통한 한 일본 외교관은 “지난해 10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당시 사우디의 대응에 놀랐다”며 “살만 국왕을 예방하기로 한 것이 불과 4일 전에 결정됐는데도 당일 세코 경제산업상이 제 시간에 국왕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장관급이 사우디 국왕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달 전에는 사우디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일본을 방문했다. 그만큼 사우디가 일본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사우디는 수년간 지속된 저유가로 재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더 나아가 석유를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의 약 30%를 국내에서 소비한다. 발전과 해수 담수화 등이 주요 석유 사용처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에 오는 2030년에는 사우디 자체 석유 수요가 하루 10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원유 수출이 아니라 수입을 해야할 시기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석유 수요가 앞으로 5~15년 안에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불안도 있다. 이에 사우디는 개혁에 착수했으며 이를 위한 파트너로 아시아를 고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이 이란과 화해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는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언제 풀릴지 불확실하다. 이에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본 정부 관리는 “살만 국왕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산업에서 사우디에 기술과 인력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에너지 절약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