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자사가 운용하는 기술펀드인 ‘비전펀드’에 영국 자회사 ARM 지분 25%를 80억 달러(약 9조 원)에 넘기기로 했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은 “이번 결정은 비전펀드의 자금조달 목표 달성을 위해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 투자를 유치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며 “무바달라는 비전펀드가 ARM 지분을 보유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무바달라는 비전펀드에 약 150억 달러를 출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00억 달러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비전펀드의 가장 큰 투자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으로, 지난해 출자액이 450억 달러에 달했다. 손정의 회장이 사우디의 실세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와의 회담을 통해 투자를 이끌어냈다. 소프트뱅크도 약 250억 달러를 펀드에 출자했는데 그 중 일부는 이번에 넘기는 ARM 지분으로 충당하게 된다. 그밖에 애플과 퀄컴, 대만 혼하이정밀과 오라클의 설립자인 래리 엘리슨 등이 투자를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출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바달라 측은 “우리는 계속해서 비전펀드 참여에 대해 지속적이고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며 “ARM은 확실히 위대하고 지속적인 잠재력을 가진 강력한 기술기업이다. 아부다비는 지난 10년간 반도체 분야를 포함해 기술 부문 투자를 늘리는데 주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결정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해 7월 ARM을 32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반도체 설계업체를 보유하려는 손 회장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그는 ARM이 사물인터넷(IoT)과 각종 커넥티드 기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