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을 잠시 중단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최근 일주일간 언론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올라온 언론 비난 트윗은 지난달 26일 뉴욕타임스(NYT)가 7년 만에 TV에 광고를 냈을 때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비판 기사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취급하는 데 반발해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에 나갈 자사 광고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때부터 줄곧 언론과 날을 세워왔다. 취임하자마자 NYT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취임식 참여 인파를 축소했다고 트럼프는 주장했다. 동시에 언론과의 전쟁을 예고했다. 따라서 최근 언론 비방 트윗을 자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큰 변화로 여겨진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제이슨 밀러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했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밀러 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이 호평을 받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굳이 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노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 대상이 바뀌었을 뿐 누군가를 비난함으로써 눈길을 끄는 트럼프의 공격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 트럼프는 돌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타워를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닉슨의 워터게이트나 다름없다”며 “이건 매카시즘이다”라고 트윗을 남겼다. ‘불법 도청’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트럼프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 5일에는 트위터에 2012년 3월에 있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뒷담화 일화를 꺼내 들었다.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이번이 내 마지막 선거”라며 “선거가 끝나면 더 유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4년 전 이 일을 언급하며 비난했다.
느닷없이 트럼프가 오바마 때리기에 열을 올리자 ‘러시아 커넥션’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라는 시각이 나온다. 정권 초반에 터진 트럼프 인사들과 러시아 당국 간 내통 의혹 사건에서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 애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정계복귀설이 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 무리한 비난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빈 루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근거 없이 비방을 하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미국인에 대해서도 사찰을 명령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