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4대 항공사 중 하나를 통째로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간 ‘항공주는 안산다’는 원칙을 버리고 최근 항공주를 사모은 것에 이어 아예 통째로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라지브 랄와니 애널리스트는 버핏이 4대 항공사 주식을 매입한 것이 결국 항공사 인수를 위한 첫 걸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랄와니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버크셔가 한 항공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 주가가 하락한다면 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버핏은 지난해 2분기 항공주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콘티넨탈홀딩스, 아메리칸에어라인스(AA)와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의 2대 주주에 등극했다. 그간 버핏이 항공산업에 회의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투자 행보였다.
이에 대해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스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항공주 투자에 대해 10년 전 철도 사업에 대한 투자 스탠스를 바뀐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그는 지난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이벤트에 참석해 “철도 사업은 근 80년간 최악의 산업이었다”면서 “그래서 결국 4곳의 대형 업체로 줄어들게 됐고, 이후 산업 분위기가 개선됐다. 항공 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철도 산업처럼 항공산업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투자 스탠스를 바꿨다는 이야기다.
버크셔는 버링톤 노턴 산타페(BNSF)와 유니언퍼시픽 등 철도회사들의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가 2010년 260억 달러(약 29조5750억원)를 투입해 BNSF의 나머지 77.5% 지분을 인수해 회사를 통째로 사들였다. 버핏은 이후 다른 철도회사들의 주식은 모두 처분했다. 버핏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철도와 항공업계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전국 곳곳에 철도를 부설하는 것보다 항공업계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 비행기를 사들이고 운영하는 일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6대 항공사들은 연료가격 하락과 기업 간 합병 등을 통한 주요 경쟁자 감소 등으로 지난해 140억 달러의 순익을 내며 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전 10년간은 5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었다.
랄와니 애널리스트는 4대 항공사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꼽았다. 사우스웨스트의 자금 사정과 비용 구조, 경영상태가 좋다는 점이 근거다. 버핏 회장이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를 공개적으로 호평한 적도 있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 측은 버핏의 인수가능성에 대해 “루머와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논평을 거부했다.
버크셔는 지난해 9월 30일 기준 8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식품 회사 크래프트하인즈가 1430억 달러에 유니레버 인수를 추진하다 포기한 상황이어서 인수 자금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