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지분을 매도하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지배주주만 이득을 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사실상 손실을 봤다.
22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미래에셋그룹의 대우증권,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한화그룹의 삼성테크윈 등 4건의 인수 사례에서 소액주주의 기회 상실에 따른 손실은 5조4000억 원에 달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의무공개매수제안제도 도입에 따른 소주주들의 부의 증대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건의 M&A 사례를 대상으로 의무공개매수제안제도를 도입,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다고 가정해 산출한 소액주주의 이익규모는 139.9% 증가한다.
의무공개매수제안제도는 기업 인수자가 지배주주의 보유 주식에 ‘프리미엄’을 더해 매입하면 소액주주의 주식도 동일한 가격으로 인수 제의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1997~1998년 도입된 바 있으나 외환위기 이후 폐지됐다.
지난해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지배주주로부터 주당 2만3182원에 주식을 매입했지만, 소액주주들로부터는 주당 6737원에 매입했다.
보고서는 소액주주가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면 2조7335억 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이 산출한 소액주주의 기회손실 규모는 미래에셋 1조5300억 원, 한화테크윈 6699억 원, 금호산업 4226억 원 등으로 추산됐다.
4건의 M&A 거래에서 소액주주들이 놓친 기회이익은 5조3560억 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또 인수자가 회사 지분 100% 인수대금으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구분 없이 같은 가격으로 매입한다면, 소액주주 이익 규모는 48.95% 늘어난다.
이은정 연구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배주주만 향유하지 않고 소액주주들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경제력 집중 등 방지 차원에서 도입 논의를 적극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