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단체들이 서울광장에 불법으로 설치한 텐트 40여 개에 대해 서울시가 행정 대집행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태웅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광장은 원칙적으로 한 단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여러 시민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고하지 않고 점유 중인 상태"라며 "시는 퇴거를 여러 차례 요구했고, 아울러 (행정) 대집행 계고까지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기국은 21일 서울광장에 사전 신청이나 승인 없이 무단으로 탄핵 반대 텐트 40개를 설치했다.
탄기국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투신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60대 남성 회원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서울광장에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이 남성은 28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6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강 대변인은 "행정국이 (분향소 설치를) 막았는데 현재 위패만 텐트 안에 설치돼 있는 상태"라며 "그 문제뿐만 아니라 (탄핵반대 텐트 설치를 통한 서울광장) 점유가 신고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된 것"이라며 "(텐트와 분향소의) 자진철거를 주최 측에 요구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집행까지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집행 계고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진 철거를 언제까지 유도하고, 언제 이후로 행정 대집행을 고려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해 놓은) 시한은 없다"고 말했다.
탄기국 측은 텐트나 분향소 모두 서울시에 신고하지 않았다. 시는 이들이 신고하더라도 불승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과거 분향소를 설치한 사례를 보면 국장이나 국민장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당시 안전행정부에서 전국 시·도에 분향소 설치를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시가 서울광장에 분향소 설치를 허용한 국장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로, 당시에도 행자부에서 전 시·도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시는 탄기국의 서울광장 불법 텐트와 광화문 광장 세월호 유족 천막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강 대변인은 "광화문 광장 세월호 천막은 (박사모 회원) 분향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세월호 유족은 (참사 이후) 치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또 시에서 요구하고, 유족이 응해줘서 광화문 광장 남쪽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도록 정리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