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영국 우선주의’를 펼치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밀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메이 총리는 25일 의회 총리와의 질의응답에서 “미국 백악관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할 때 국익을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번영과 성장, 일자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영·미 FTA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최근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이탈을 선언했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다.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고 나서 자칫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는 영국이 다른 국가들과 FTA를 체결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만들고자 이견이 불거질 문제들은 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첨예한 문제 대신 양국 무역과 테러 대책을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의 통화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총리가 누렸던 긴밀한 관계를 고대한다”며 메이 총리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영국 보수당의 대처 총리와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을 같이했다. 동시에 정치·경제적으로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트럼프는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이탈은 현명한 결정 브렉시트는 결국 위대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도 ‘브렉시트가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탓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브렉시트를 성공으로 만들 것”이라 주장하는 메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취임과 동시에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서두르는 트럼프는 다자간 FTA 대신 미국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양자 FTA를 추구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트럼프는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후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TPP 탈퇴에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공언했다. 이에 멕시코는 NAFTA 재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