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화마(火魔)가 덮친 전남 여수 수산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을 잇달아 방문해 상인들을 위로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이 여권의 '정치적 심장부'인 대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대규모 환영 인파가 몰린 장면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당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눈길을 끌었다.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시장 입구에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반 전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고 도착하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반 전 총장 품에 꽃다발을 안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파문이 터진 후인 지난달 1일 시장을 방문했을 때 분위기와는 대조적를 이뤘다. 당시 박 대통령은 화재가 발생한 4지구 일부를 둘러본 뒤 10여 분 만에 시장을 나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시장 내 화재사고 상황실에 들러 화재 피해 상황을 직접 듣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약 1시간 가량 시장에 머물렀다.
이날 반 전 총장은 국민의 안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상황실인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에서 "어느 국가든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이 있고 경제정책과 정치가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저도 어려운 때가 많았다. 용기를 잃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며 "제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려움을 같이하고 어려움을 경감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여수 수산시장의 화재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반 전 총장이 강조한 것은 '국민 안전'이었다.
반 전 총장은 "설 대목을 앞두고 참 안타깝다. 선진국일수록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한다"며 "사고를 계기로 우리가 안전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또다시 느끼게 된다"고 위로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오는 19일 대전 현충원을 참배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후에는 서울로 이동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면담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차례로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