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올해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내 ICT융합 산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스위스투자은행이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29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일본(12위)이나 대만(16위)에 비해 다소 뒤처진 수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ICT융합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통령 주재하에 열린 2차 과학기술전략회의는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약 1조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규제개혁장관회의나 ICT특별법에 근거한 정보통신전략위원회 등을 통해 관련 규제 개선에도 나섰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송희경 새누리당 ‘IT 전문’ 국회의원, 손경호 한국인터넷진흥원 보안산업단장, 홍현숙 한국인터넷진흥원 IoT혁신센터장 등 3명의 전문가에게 현재 한국의 ICT융합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정부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국내 ICT융합산업 비교우위는 ‘인프라’·‘우수한 인재’ = 손경호 한국인터넷진흥원 보안산업단장은 앞으로 기반 기술과 서비스가 국내 ICT융합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손 단장은 “ICT 융합을 선도하는 기업과 국가는 대부분 네트워크 기술 등 ICT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의 경우, ICT융합 기반 기술이 약한 편이므로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희경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국내 ICT 융합 산업의 경쟁력으로 우수한 인프라와 교육 수준이 높은 재원을 들었다. 송 의원은 “두 가지 희망은 ‘인프라’와 ‘브레인’”이라면서 “이 두 가지 장점을 극대화시켜 글로벌 기업들에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임을 어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인프라 강국인데, 이는 한국이 ICT 융합 신사업의 최적 실험 장소이자 최고 투자 환경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또한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소프트웨어 개념과 교육은 아직 부족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고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지금부터 미래 세대들에게 투자하면 된다”고 가능성을 짚어냈다.
△경쟁력 제고 위해선 ‘제도’와 ‘사회적 협업’ 필요 = 홍현숙 한국인터넷진흥원 IoT혁신센터장은 “한국은 이미 ICT 분야 여러 지수에서 세계 2위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며 “여러 부문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대기업-중소기업 파트너십과 사회적 협업 기조가 필요한데,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타격은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는 시장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송 의원 역시 “한국의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83위, 법제도는 63위”라며 “정부와 사회 시스템 개혁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그만큼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ICT융합 정부 정책의 문제는 ‘거버넌스’와 ‘리더십’의 부재… 진정한 융합까지 아직 멀어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CT융합 정책의 문제점으로 전문가들은 거버넌스와 리더십 문제에 입을 모았다. 실제로, 미래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주도해 국가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로 조직한 ‘과학기술 전략회의’는 8월 2차 회의에 이어 연말 3차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대한 후속 작업도 늦춰지고 있다.
손 단장은 “문제점으로는 ICT 융합정책을 주도할 거버넌스와 컨트롤타워 부재, 여전히 높은 규제의 장벽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도 손 단장과 마찬가지로 거버넌스와 리더십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송 의원은 “ICT·과학 기술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있지만 ICT 융합 컨트롤러로서의 권한과 동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을 벤치마킹해 총리가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구성하는 등 노력이 있었다”면서도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만 65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비판했다.
홍 센터장은 “정부는 ICT융합 정책을 통해 기업 육성에 앞장서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업의 기반을 마련한 공이 있다”면서도 “아직 진정한 융합보다는 백화점식 나열의 경향이 있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각 분야의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을 동시에 관통할 수 있는 융합 정부사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하나의 영역만 발전한다고 전체 산업이 상향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 부족한 레벨로 산업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