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며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열린 기내안전 강화 대책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지난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부분파업을 하지만, 항공기 정상운항에는 차질이 없는 수준”이라며 “항공법상 항공사는 일정 수 이상의 조종사를 유지해야 하는데, 대한항공은 현재 정상기준 8%를 초과 보유해 어느 정도 고객 불편은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 사장은 또 “조종사 노조는 현재 부분파업에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조종사 120여명이 참여하는 2차 파업을 예고했다”며 “그러나 이 또한 항공기 운항스케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 사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하며 오는 29일 파업 후 첫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는 노사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조 관계자는 “당초 27일 노사가 파업 후 첫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었지만, 사측이 이를 29일로 연기했다”며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1.9%에서 조금이라도 올려주면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재차 밝힌 상태지만, 사측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측은 필수공익사업장 지정과 적자노선의 결항노선 배정 등 파업에 따른 피해가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노조측을 압박하고 있다”며 “최근 2년간 300명의 조종사가 떠나는 등 안전을 우려하는 파업의 본질을 져버리고 사측은 노조 길들이들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2일 노조는 “회사에 요구한 임금인상안은 조종사 유출사태로 인한 비행안전이 무너진다는 호소”라며 11년만의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항공 사측과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10개월 가까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인상률을 37%로 요구했다가 29%로 수정했으나, 사측이 1.9%의 인상안을 고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한항공 측은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도모하고자 제안했지만 노조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지속적인 대화의 통로를 열고 최대한 원만한 타협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