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방송콘텐츠를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시킨 주인공인 황진우 CJ E&M 글로벌콘텐츠개발팀장의 얘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TV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베껴 방영했다. 독창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인기있는 해외 포맷을 통해 시청률 올리기에만 혈안이 됐던 게 우리 방송국 현실이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고 그 틀이 점차 깨지기 시작했다. 총대는 CJ E&M이 맸다. 이 회사는 방송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포맷을 해외에 직접 수출했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꽃보다 할배(Better Late Than Never)’를 통해 국내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꽃보다 할배는 지난 8월 23일 NBC를 통해 미국 시장에 방영돼 1회 시청률 동시간 대 1위 기록했으며 현재 시즌 2 방영이 제작이 확정됐다.
올 3분기 CJ E&M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9.7%(430억 원) 선이다. 이중 포맷 수출을 통해 매출만 2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11억 원이었던 포맷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나 증가한 셈이다.
CJ E&M 콘텐츠를 처음으로 해외 수출을 이끈 황 팀장은 황무지였던 이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바이블’(지침이 되는 서적)을 만들었다.
황 팀장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실제 방송 포맷을 상품화시키는 패키징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콘텐츠를 상품화하기 위한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A부터 Z까지 문서화 하는 작업을 제일 처음 했다”고 말했다.
이 패키징 작업은 2011년 설립해 이듬해부터 본격 가동된 글로벌 콘텐츠 개발팀의 몫이었다. 이 팀을 이끈 황 팀장은 포맷을 전문적으로 상품화하고 기획개발하는 작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수출했다.
그는 이어 “포맷을 상품화 시키는 작업을 할때 현지 업체를 설득하기 위해 글로벌 포맷 트레일러 영상이 중요하다”며 “일반적으로 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예고편과는 문법이나 언어 코드가 달라서 독창성과 보편성, 반복성, 규모성, 호환성 등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J E&M의 콘텐츠 수출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은 ‘너의목소리가 보여(I can see your voice)’다. 너목보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에 수출됐다. 최근에는 불가리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등 유럽과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
황 팀장은 “너목보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방송 콘텐츠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너목보는 애초 4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했으나 시사회에서 임원진들이 극찬하면서 곧바로 풀시즌 방영이 확정될 만큼 뛰어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CJ E&M이 대표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이 회사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가 뒷받침했다. 월별로 콘텐츠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자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황 팀장은 귀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는 직급을 막론하고 젊은 PD들도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며 “글로벌 콘텐츠 팀은 프로그램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기획단계서부터 개발 과정까지 직접 참여한다”고 말했다.